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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독서해보기

[인문학책] 개인주의자 선언, 개인주의가 뭔지 알고싶다면

by 휴뇌시간 2019. 10. 25.

서점에서 이 책을 목격하고, 집어 들고, 구매해서 집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문유석의 일상 유감'

뭔데 선언까지 하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개인주의'라는 단어가 내게 주는 느낌은

학교 수업에서나 배웠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점이라던가

자기만 아는 사람을 비꼴 때 '너 개인주의자냐?'라고 말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엄연한 개인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그걸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차이를 그냥 내가 이상하다고 치부하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가 어려질수록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비교적 강해지는 것 같지만

나는 내 또래에 비해 조금 더 그런 편이었으니

때때로 일어나는 친구들이나 어른들과의 마찰은 너무도 당연한 거였다

서로 이해를 하기 어려워서 난감해지는 그런 상황들의 연속

 

그럼 대체 개인주의가 무엇일까?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다층적 갈등구조의 현대사회에서는 

특정 집단이 당신을 영원히 보호해주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개인이 먼저 주체로 서야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여 이를 존중할 수 있고,

책임질 한계가 명확해지며,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에게 최선인 전략을 사고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헷갈려하는 이기주의와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합리적인 판단을 통한 연대 그리고 타협 등은

이기주의자로 살면서 만들어 내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

 

연대와 타협 등을 이루어 내려면 내가 희생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집단의 사고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개인이 사고하고, 

집단 혹은 타인과 타협하고, 나아가서 그에 따른 책임도 개인이 감수하겠다는 것 

 

우리 사회가 이 개인주의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혹은 개인주의라는 것 자체를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래서 책 제목에서 '선언'이라는 말까지 하는 것이겠지

 

일례로 며칠 전 일터에서 알게 된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회식이나 모임 같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더 중요하니,

밀린 일은 주말에 나와서 하고 일단 모이자'

이건 누군가는 동의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주말에 개인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도, 

혹은 사람들과의 모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은

아예 하지도 않는 듯 보이는 저 말은

만약 저 말에 '아니요 전 주말에 쉬어야 해서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다들 쉬고 싶은데 모임을 위해서 나오는 거지~ 

너만 그렇게 뺄 거야?'와 비슷한 답변이 돌아올 거라는 건

안 해봐도 알 것 같았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외딴섬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고 변화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나, 누군가에 대한 평판을 얘기한다거나, 

뭔가 잘못된 것에 의의를 제기하거나 할 때

개인보다는 철저하게 집단 위주의 생각이나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렇게 '개인'이 사라지고 '집단'만 남게 되면

집단에 속한 개인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아질까 낮아질까

적어도 나는 견디기 힘들 것 같다